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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이웃탐방
우리의 아픔을 찾아서…
대표기자 박완규  |  pawg3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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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2.27  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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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아파트 전경

누군가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이곳으로 데려온다면, 이런 곳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여수 시민은 얼마나 될까?

곧 쓰러질 것 같은 집, 빈집에 쌓여있는 쓰레기더미, 그 안의 초라한 내용물들이 산 것이나 죽은 것이나 모두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겨울바람 사납게 불던 날, 수정동에 있는 시민아파트를 찾았다. 이 아파트는 박람회장을 바로 지척에 둔 아파트다.

1970년 초였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였다. 우리 동네에 이 아파트가 들어섰다. 촌놈이 처음으로 아파트라는 것을 구경한 순간이었다.

친구 몇 명이 이 아파트에 살았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자주 이 아파트에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 친구 어머니가 맛있는 과자를 내오곤 했다. 그래서 이 아파트에는 모두 부자들만 사는 줄 알았다.

   
 
그로부터 40년이 흘렀다. 세월이 참 무상하다. 이제 이곳은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섭게 변했다.

그러나 이곳에는 아직 사람이 산다. 버거운 삶을 부둥켜안고 갈 곳도 없는 사람들이 아직 서로를 부둥켜안고 힘들게 살고 있다.

이곳은 총 100가구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군가는 떠나고 갈 곳이 없는 누군가는 아직 이곳에 남아 있다. 떠난 사람들의 빈자리에는 겨울바람 같은 쓸쓸함만 가득하다.

이 아파트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박람회장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서는 초현대식의 박람회장이 건설되고 있고, 길 건너편에서는 추위에 오들거리는 사람들이 산다.

이곳 아파트 입구에는 재난위험시설이라는 붉은 글씨가 선명하다. 사람이 살기에는 위험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사람이 산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는 대낮인데도 음침하다. 2층으로 올라갔다. 난간도 없는 계단은 올라가기도 겁이 난다.

컴컴한 복도를 따라 걸었다. 어느 집 현관문이 열려있었다. 거실과 안방에 버려진 이불이며 옷가지가 널려있다. 전쟁터가 따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옆집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이 산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이곳에 아직 사람이 산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담론은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상급식, 복지우선의 모든 정책도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일환이다.

정치권에서는 동반성장ㆍ공생발전 등 어려운 '관제용어'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도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시는 정책은 없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 왔다. 옆도 뒤도 돌아볼 겨를이 없이 뛰어왔다. 그러나 우리의 옆과 뒤에는 이처럼 우리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픔들이 있다. 박람회장을 지척에 둔 이곳에 이러한 주거지가 있다는 사실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제 우리 사회는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시해야 할 때가 됐다. 성장의 빛에 가려진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도 우리가 되돌아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이제 그 아픔들을 우리가 가슴으로 안아 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박람회라는 결실도 결국 소수의 배만 채우게 될까 두렵다. 가난한 사람들에게까지 골고루 그 결실이 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없다.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찾는 노력을 게을리 했을 것이다. 당장 이곳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그 좋은 예다.

박람회장의 정문 앞에서 3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에 이러한 슬럼 아파트가 있다는 사실. 외지에서 오신 관광객이나 특히 외국에서 오신 분들이 여수를 구경한다고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이곳 아파트에 찾아올까 두렵다.

특히나 외신 기자가 이 아파트를 목격하게 되면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문제가 있으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방법이 없다고 문제를 덮어두면 그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성이 없어서 재개발도 안 된다.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우리에게 작은 결정권이라도 있었다면 어두컴컴한 이곳을 예술인들의 작품 전시관으로 개조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부서진 창살 그대로, 40년이 지난 허름한 모습을 오히려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 어둠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가슴에 ‘어둠에서 찾은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곳에 100개의 아파트가 있으니 100개의 전시관이 나올 수 있다. 그 안에 우리 지역 예술인들의 혼을 집어 놓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집어넣으면 이곳이 흉물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듣도 보도 못한 전시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이웃사랑이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그곳에서 만난 주민 한 분은 “이곳을 떠나고 싶으나 떠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제발 떠나고 싶다고, 낮이고 밤이고 무서워서 못살겠다고...” 말한다. 이 겨울에 우리를 더 춥게 하는 것은 이러한 아픔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이 아닐까 싶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아주 큰 부자가 죽어서 하느님 앞에 가게 되었다. 부자는 그래도 살아생전에 선행을 한 것이 있어서 천국으로 가게 된 것이다.

천사가 앞장서서 천국을 안내하고 부자가 살게 될 집을 찾아갔다. 역시 천국은 천국이었다. 으리으리한 저택들이 즐비했다. 부자는 연신 벙글거렸다.

“역시, 천국은 다르군. 아, 여기서 살게 되었다니 정말 좋구나.”

그런데 천사는 그 으리으리한 저택들을 계속 지나쳐 가기만 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부자는 더 좋은 집을 기대하며 천사를 따라갔다.

천사와 부자는 이윽고 한 마을에 들어섰다. 그곳은 달동네였다. 천사는 그 중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세워진 어느 쓰러져가는 판잣집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당신이 살집입니다.”
화가 치민 부자가 천사에게 따졌다.

“무슨 소리이십니까? 나는 지상에서 살 때에도 호화주택에서 떵떵거리며 살았는데, 천국에 와서 이렇게 다 쓰러져 가는 판잣집에서 살라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러자 천사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지상에 살면서 보내준 건축 자재로 지은 집이 바로 이 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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