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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섬섬옥수-여수시 추도] 청년을 ‘정책’으로 가두지 말라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  joonkim@gjer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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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7  12: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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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명함은 바람이다. 바람 없는 봄날은 봄을 망각한 날씨이다. 섬에서는 그렇다. 바람 없이 어찌 꽃을 피울 수 있으며, 꽃 없이 어찌 봄을 맞을 수 있으리. 바람이 많이 불어댄다. 영등사리이니 당연한 것이고, 그 바람이 미역과 전복과 바다생물들을 데리고 오니 고맙게 맞아야 할 일이다.

하필이면 이런 날 행사를 한다고 잡았을까 투덜댔지만, 그도 바람도 손님이다. 어찌 청년들과 바람없이 건강한 바다와 섬살이를 기대하랴. 둘 모두 좋아서 섬을 찾으니 외롭던 추도는 신바람이다.

   
▲ 바닷물이 빠지면서 사도(큰 섬)와 추도 사이로 길이 드러나고 있다. 봄철 영등철에는 추도, 사도, 증도, 장사도를 잇는 바닷길이 열린다.

폐교 관사에 간판을 다는 날

추도상회 문을 여는 날은 춘분이었다. 벚꽃이 망울망울 터뜨리고, 미역씨와 전복씨를 뿌리는 영등할미가 사도와 추도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올해는 해삼씨도 좀 많이 뿌려줬으면 좋겠다. 추도는 여자만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섬이다. 여수시에 속하는 작은 섬은 반시간도 안 되는 뱃길로, 뭍에서 가까운 섬이지만 오가는 여객선이 없는 절해고도 ‘외딴섬’이다.

장씨 할머니 혼자 섬을 지킨 지 오래되었다. 벗이라면 사람이 그리운 개 두 마리와 선창에 심어진 아름드리 느릅나무 그리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뿐이다. 다행이라면 추도살이를 꿈꾸며 틈틈이 섬을 오가는 추도 지킴이 조영희 선생님과 추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협동조합 하나린’(대표 김현호)이 있다는 점이다. 섬을 지키겠다고 나선지 20여년 만에 드디어 협동조합을 만들고 꼼지락꼼지락 움직이고 있다.

추도는 천연기념물이다. 이웃 섬 낭도와 사도 등을 포함해 모두 3800여 점의 공룡발자국 중에서 1700여 점이 추도에서 발견되었다. 한반도 ‘최후의 공룡’ 발자국들이다. 그 발자국들은 바람과 파도에 의해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 이거야 자연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인간에 의해 그 흔적이 사라진다면 대책이 필요하다.

   
▲ 추도해변, 추도와 사도와 낭도 일대에는 모두 3800여 점의 공룡발자국이 있다. 이중 추도에 1700여 점의 공룡발자국이 있다.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무분별하게 공룡발자국을 밟고 다니면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공룡발자국 지층을 몰래 걷어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예리하게 절단한 후 걷어간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보다 못한 조씨가 여러 차례 관계당국에 건의하고 민원을 제기한 덕분에 늦었지만 CCTV가 설치되었다.

지난해 봄에는 여러 단층 사이에 작은 불상들을 넣어두고 촛불을 밝히고 기도를 드린 흔적도 확인되기도 했다. 추도는 문화재보호구역이며 돌담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할머니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 조씨를 비롯해 협동조합은 섬살이를 섬지키기로 시작하고 있다.

‘추도상회’ 무엇을 팔려고

봄바람이 성하게 부는 날, 하나린 가족인 ‘여수삼동매구팀’ 상쇠 손웅의 쇠 소리를 앞세우고 느릅나무와 장씨할머니가 사시는 돌담을 지나 우물에 이르러 한바탕 놀아댔다. 손웅은 지난해 제38회 전국고수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명인이다.

   
▲ 1983년 2월 2일 불이 꺼진 추도분교 관사가 무려 36년만, 봄바람이 부는 춘분날 불을 밝혔다. ‘추도상회’라는 간판을 달고 무인도 위기 놓인 섬에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번 행사는 폐교 관사를 고쳐 ‘추도상회’ 간판을 달고 문을 여는 날을 기념한 마당밟기였다. 할머니 혼자 사는 데 무슨 돈을 번다고 상회를 열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돈을 벌기 위한 ‘추도상회’를 여는 것이 아니다. 추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다.

상회 문을 열어 청년들을 모아 보자는 것이다. 추도상회에 불을 밝히는 일이 청년들에게 섬이 있음을 알리는 봉화불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물이 섬섬옥수 작은 섬에, 무인도가 될 위기에 있는 섬에 피어오르기를 바라는 것이다.

오래 전에 추도가 좋아 폐교를 구입한 조씨는 섬을 살리는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 혼자 할 수 없음을 깨닫고 ‘관광두레’와 방법을 모색했다. 추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협동조합 ‘하나린’을 만들어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종자돈으로 작은 돌담집을 마련해 정성들여 고쳐 ‘돌담스테이’를 오픈했다. 그간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두레’가 함께했고, 드디어 올해 ‘추도상회’라 간판을 붙였다.

   
▲ 김현호 추도상회 대표. 그는 추도 지킴이 조영희 선생님과 모자지간이다.

청년이 들어오는 섬정책은?

지금까지 섬을 지키고 살리자며 섬으로 ‘청년이 들어와야 한다’고 법조문을 외듯이 말하고 정책을 세웠다. 예산도 마련하고 계획도 세우고 전문가들이 오가며 컨설팅도 했다. 그 결과는 어떤가. 언 발에 오줌 누듯 예산이 투입될 때 잠깐 움직이다 섬문화와 섬생태에 생채기를 남기고 주민들에게는 갈등만 부추기며 끝난다.

주민은 마지못해 움직였고, 전문가는 듣기 좋은 소리만 하고 떠났고, 그 사이 정책을 마련한 공무원은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몇 년 뒤 다시 새로운 사업이 만들어지고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다른 예산이 투입되었다.

   
▲ 추도상회의 대표 상품이 될 상품 ‘피크닉세트’, 아무 준비 없이 방문해도 바닷가로 소풍을 나온 것처럼 즐길 수 있다. 아쉽다면 여객선이 없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업이든, 재생사업이든 농어촌 정책의 실상이며 민낯이다. 작은 섬 추도에서 불기 시작하는 봄바람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미풍이다.

큰 섬에서 수십억 수백억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추도에서는 몇 천만 원도 되지 않는 사업이지만 청년들이 좋아서 일을 꾸미고 있다.

자갈밭에 작은 씨를 뿌리는 것이다. 누구도 열매를 탐하지 않는다. 그 자체가 즐겁고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다.

청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주변에는 그런 청년들이 의외로 많다. 수십억을 확보하고 일할 사람을 찾는 사업에 청년들은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도시재생이나 마을만들기 농어촌재생 등 다양한 사업에 청년을 호명한다. 모두 만들어 놓았으니 와서 일만 하면 된다고 자랑한다. 청년들은 이런 일을 원하지 않는다. 청년을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가두려고 하지 말라.

추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래서 더 매력이 있다. 청년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그리고 만들고 싶어한다. 이런 청년들이 머물며 즐겁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섬정책이면 좋겠다.

◆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어촌사회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섬이 학교이고 섬사람이 선생님이라는 믿음으로 27년 동안 섬 길을 걷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해양관광, 섬여행, 갯벌문화, 어촌사회, 지역문화 등을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틈틈이 ‘섬살이’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섬문화답사기’라는 책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섬문화답사기>, <섬살이>, <바다맛기행>, <물고기가 왜>, <김준의 갯벌이야기> 등이 있다.

 
※ 이 기고는 원작자인 김준 박사의 동의를 얻어 전재합니다. <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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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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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장현 2019-05-08 06:28:50

    추도에 태가 묻혀있고,할아버지,할머니 밑에서 일곱살까지 그섬에서 자란 사람입니다.어린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아름답고 외로운 섬.섬 뒤쪽 돌담 사이마다 하얗게 피어나서 고독한 향기를 내뿜던 인동초 꽃.동메와 치동 너럭바위를 친구삼아 뛰놀던 추억이 아련합니다.조개와 해삼과 문어를 잡고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시누대 낚시대엔 놀래미가 잘 물어주던 곳.어린 생각에도 움푹 파인 바위 홈이 예사롭지가 않았었습니다.대단히 큰 동물이 머언 옛날에 이곳에서 살았을거란 생각을 했었죠.고향이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습니다.추도상회,가보고싶네요.감사합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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