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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여수 향토작가 강종열 ‘동백숲 빛의 속살을 그리다’거대한 성벽 같은 3500호 대작 완성…21세기 인상주의 첫 시도
동백과 빛 산란 과정 입체적 표현 구상과 추상 조화 화단 ‘각광’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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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10  1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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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깊고 어두운 곳이며 축축하고 서늘하다. 울울하고 청량하며 위엄과 기품, 관용으로 깊어진 숲을 만날 때마다 숲도 자신이 품은 생명체들과 함께 자신의 삶의 이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오래된 숲은 무척이나 종교적이며 신성하다. 여기에는 나무의 정령들이 살아 호흡하고 있으며, 서로 교감한다. 뭇 생명체들이 수런댄다. 생명과 죽음이 연쇄적으로 진행되는 숲 안에서는 소리와 색들과 냄새 또한 끊임없이 상응하고 있다. 숲은 거대한 우주이자 광활한 생명 공간이며 신비롭고 아득하다. -중략- 이처럼 숲은 모든 생명체를 포용하고 아우른다. 소멸된 생명체가 새로운 생명을 생성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고, 그리하여 죽음은 절멸이 아닌 또 다른 탄생으로 연결되는 순환이 실행되는 공간이 바로 숲이다. 그래서 숲을 거닐면 숙연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날 숲은 우리에게 새삼 삶과 죽음의 공존, 생성적 삶에 대한 인식을 전해주며 인간 중심의 모든 문화에 대한 반성의 공간을 제공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숲이란 자연에 대한 인간의 근대적 시선에 대한 총체적인 반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장소이다. 숲을 보고, 거닐고, 사유해 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종열 화백의 이번 작품에 대해 박영택(미술평론가) 경기대 교수는 이 같이 해석했다.

   
 
향토작가 강종열(63) 화백이 2년여의 작업 끝에 대작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동안 자연주의적이고 사실적인 동백을 작업해온 강 화백에게는 일대 전환의 시간들이었다.

강 화백은 오랫동안 자신을 둘러싼 자연에서 그림의 실마리를 잡았다. 그것이 이전에는 여수라는 항구이자 선착장이었고 어부이자 바다였다면 이후 동백꽃이었고 숲이었다.

그는 보령 동백정, 고창 선운사, 강진 백련사, 신안 애기동백축제, 완도 보길도, 홍도, 제주도, 통영 사랑도, 울릉도, 대마도, 광양 옥룡사, 통영 장사도, 여수 금오도 등 전국의 동백 군락지를 돌며 동백을 왜 그려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이번 작품엔 색의 분할이나 점묘 등에 의지하지 않고 숲을 에워싼 공기와 빛의 흐름, 바람의 흔들림과 이동경로, 그 속에 겹겹이 차 있는 무수한 색채와 질감 등을 그리고자 한 작가의 고뇌가 담겼다. 몸으로, 감각으로 체득한 숲의 변화, 빛의 산란, 깊이를 지닌 숲의 내·외부를 어떻게 가시화할 수 있는가를 집요하게 묻고 있다.

   
 
강 화백은 뉴욕 맨해튼의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두 차례 가서 모네(인상파 기법 개척)의 작품을 직접 관찰했다. 그리고 인상주의 작가들이 놓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도망치며 영원히 어떤 새로운 것으로 변화하는 자연과 직접 대립하고 있는, 자연에 있어서 가장 포착하기 힘든 면을 포착하려는 한편 인간의 눈으로 보이는 외부세계를 어떻게 그림으로 담아낼 수 있느냐 하는 과제와의 치열한 싸움은 인상주의가 끝난 현재도 여전히 회화에서 중요한 문제다. 그는 더 이상의 새로운 표현 기법은 없다는 말에 늘 의문을 가져왔다. 그 질문은 예술가에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는 “그림은 역시 눈으로 보고 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슴으로 보고 그 안에 들어가서 직접 봐야 한다. 깊이 파고들다보니 나만의 작품 세계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번 작품을 모두 합하면 3500호의 대작이다. 1년 이상을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에 10시간을 작업에 몰두했다. 그는 동백에 천착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바다는 이제까지 수없이 많이 그려졌고, 나 또한 그려 왔다. 그런데 우리나라 바다나 필리핀과 동티모르의 바다는 모두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과 가슴을 짓누르는 무게가 느껴졌다. 겨울 어느 날 화실 입구에 심어진 동백나무에서 동백꽃이 툭 하고 떨어지더라. 거기에 내 모습이 투영됐다. 그리고 우리 삶의 모습 같았다. 화려하게 피어 있을 때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질 때가 영락없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눈길을 뗄 수 없었던 것은 땅에 떨어져서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사람도 화려할 때와 물러날 때를 알고 물러나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무엇보다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피는 동백꽃이 우리 국민의 정신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여수에서 태어나 줄곧 여수에서 살아온 그의 삶은 ‘여수’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내 작품의 모태는 고향 여수다. 우리 지역에 있는 소재로 전 세계인들의 공감을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의 한 유명 평론가는 직접 와서 작품을 보고 싶다며 이달 중에 강 화백과 만날 예정이다. 강 화백은 “모네나 피카소의 그림을 보려고 먼 곳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간다. 그런 것처럼 동백 그림을 보려면 여수에 올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 후배 작가들에게 강한 애정을 나타냈다. “우리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고유 정서나 문화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 세계적인 작가라고 생각한다. 지역 작가들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 지역의 아픈 역사인 여순사건을 어떻게 작품에 풀어갈 것인가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이 작품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근본적으로 예술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공부가 필요하고 작가의 의도를 알면 이해가 빠르다. 작품들은 여러 번 와서 보고 작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 게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동백숲에 가서 가만히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느껴보는 훈련도 좋을 듯하다. 이는 작품과 소통하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장을 역임한 강 화백은 12월 8일부터 19일까지 광주 아트센터에서 개인 초대전을 갖는다. 오는 15일부터는 두 달 간 전주 오스갤러리와 아원갤러리 등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24일 서울 아트쇼 개인갤러리에서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내년 1월 15일부터 2주간 여수 예울마루에서 전시회가 예정돼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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